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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국
어릴 적 할아버지의 죽음 목격 이후 내게 있어 아파트는 삶과 죽음의 공간이 되었다.
홀로 집에 들어가야 할 때면 문 앞에 서서 들어가기를 두려워했다. 이 작업은 트라우마와 죽음에 대한 공포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 시작되었다.
<현관문>과 <아파트>에서 문과 창문은 굳게 닫혀 있으며, 흑백의 강한 대비를 주어 표현하였다. 어딘가 삭막해 보이는 이 작업에서는 수직, 수평의 선들이 보인다. 그중 수직성을 강조하여 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는 내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즉 삶과 죽음에 대한 표현이며, 인간으로 태어나 올바른 삶이란 무엇이고, 그 끝은 어떻게 마무리해야 하는지 생각하며 작업을 이어나간다.
나의 작업은 ‘목탄’이라는 재료를 통해 더욱 발전시킬 수 있었다. 흑과 백, 빛과 어둠을 표현하기에 적합한 재료인 목탄은 나무를 불에 태운 것으로, 이는 나무의 죽음과 같다. 우리들 인간은 오래전부터 죽은 시신을 불에 태우는 방법을 택하여 장례를 치른다. 숯은 화장된 나무와 같다. 그리고 그러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숭고한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것과 같다.
어둡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나의 작업은 행복한,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내용을 내포한다. 지금 이 시대는 너무나도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며 혼란스럽다.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이러한 작품들을 통해 공감하고, 위로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며 작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